계엄 소식을 들으셨지요? 황당한 일이에요. 잠시 충격에 휩싸였다가 분노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독재자의 발상이 이런 것이구나 싶네요. 알량해서 더 화가 나는.  

뉴스가 전해지던 시간에 저는 올해 김장 담근 일을 적어보고 있었습니다. 해마다 부모님 댁에 가서 김장을 같이 담그고 저희 집도 몇 통 얻어오곤 해요. 올해도 그랬지요. 벌써 여러 해째라 이제는 저도 김장 담그는 법을 외울 법도 한데 할 때마다 여전히 무척 헷갈립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일이다 보니 외웠다가도 까먹기 십상이고요. 어머니가 지휘하고 저는 시중하는 편이다 보니 제 역할이 주도적이지 않아서 전체 과정을 못 외우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김장 담그는 법을 살짝 적어두려고 합니다. 다음 해에 김장 담그는 전에 이 글을 찾아서 읽으면 조금 낫겠지요. 그리고 바라는 점이 하나 있는데요… 집마다 김장 담그는 비법이 다르잖아요. 글을 보시고 나서 제 방식과 다른 자신의 요령이나 비법을 알려주시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알려주시면 잘 기록했다가 다음 김장 때 따라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장 레시피 제보 : podobatpub@gmail.com)

일상이 위축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계엄 같은 알량한 엄포는 무시하고 오늘은 김장 담그는 법을 공유해보겠습니다.

1. 배추를 밭에서 거둔다. 
거둘 때 겉잎을 잘라서 정리한다. 다만 다 잘라내진 말 것. 싣고 나르는 중에 배추가 다치는 일이 있으니 보호용으로 겉잎을 조금 남길 것. 

2. 자르기.
큰 배추는 4분의 1. 작은 배추는 2분의 1로 자른다. 자를 때 밑동만 칼로 자르고 나머지는 손으로 쭉 당겨 찢는다. 그럼 저억 하면서 배추가 갈라진다. 기분 최고다. 
아참, 밑동에는 살짝 칼집을 남긴다(두꺼운 밑동까지 소금에 절여지라고).
자른 배추는 되도록 작은 것과 큰 것을 구분해서 쌓는다. 
자르면서 진딧물이 많은 배추가 보이면 골라내 씻어준다. 

3. 절이기.
간수가 잘 빠진 천일염을 준비한다. 절인 배추를 쌓아두기 좋은 장소는 욕조. 아니면 큰 고무대야.

절이는 작업을 위해 대야 두 개를 준비한다. 대야 두 개에 모두 소금물을 채운다. 첫 번째 대야에서는 진딧물이나 흙을 1차로 제거한다. 첫 번째 대야에서 건진 배추를 두 번째 대야로 옮긴다. 이번에는 배추 속에까지 소금물이 들어가도록 밑동 쪽 잎들을 벌려서 흔들흔들해주고, 밑동 쪽에는 소금 한 줌씩 뿌려준다. 얇은 잎 쪽은 소금물만으로도 절여지지만 밑동 쪽은 억세니까 소금을 더 뿌려두는 것이다. 

소금물은 얼마나 짜야 할까? 소금은 어느 정도씩 뿌려야 할까? 감으로 하는 걸 추천한다. 배추의 크기와 탄탄함에 따라 ‘이만 한 배추가 절여지려면 이 정도는 짜야겠지?’ 이런 감으로 소금물 염도를 조정한다. 

절이는 시간은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배추에 따라, 염도에 따라 차이가 나니 한 번씩 배추 상태를 보면서 시간을 조정한다. 

아참, 절이는 배추를 차곡차곡 쌓을 때 되도록 큰 배추는 아래에 넣고 작은 배추는 위에 쌓는다. 큰 배추는 더 많이 절여져야 하기에 소금물 농도가 높은 아랫쪽 소금물에 푹 잠기도록. 그래서 아까 큰 배추랑 작은 배추를 따로 구분해두면 편하다.    

절이는 시간 동안 두어 번 윗쪽과 아랫쪽 배추를 뒤섞어준다. 골고루 절여지도록. 

너무 안 절여져도 문제고 너무 절여져도 문제다. 적당히 절여졌다 싶으면 건져서 씻어준다. 그런데 배추가 너무 안 절여졌다 싶으면 속을 짜게 만들면 된다. 어찌 되었던 방법은 있으니 정신만 차리면 된다…. 

4. 씻기.
깨끗한 물이 흐르는 대야에서 흔들어 씻으면 된다. 씻은 배추는 소쿠리에 쌓는데, 물기가 아래로 잘 빠지도록 뒤집어서 쌓는다. 배추의 물기가 빠지는 동안 속을 만듭니다. 

5. 속 만들기.
1) 무를 채 썬다. 배추를 다 버무릴 수 있는 양을 준비한다. 채 썰다가 끝에 조각으로 남는 것은 석박지용으로 모아둔다.  
2) 대파, 쪽파를 썬다. (청각이나 홍갓이 들어가면 좋은데 없으면 패스)
3) 찹쌀풀, 육수, 매실액을 준비한다.
4) 육수에 양파, 배, 대파도 넣고 함께 갈아둔다.
5) 간 마늘, 간 생강 준비한다.
6) 새우젓, 액젓을 준비한다. (비건김치를 담글 때는 다시마 물로 대신한다)
7) 자 이제 속을 비벼볼까요. 
무채에 고추가루를 팍팍 넣는다 > 액젓, 김장육수, 찹쌀풀, 매실액을 넣는다 > 쪽파, 간 마늘, 간 생강을 넣는다 > 새우젓을 넣는다 > 비빈다(속 비빌 때 중앙으로 높이 쌓았다가 자기 앞으로 끌어오는 식으로 비비면 빠르고 꼼꼼하게 비빌 수 있다)

맛을 보고 싱거우면 소금간을 더하거나 액젓을 좀더 넣는다. 너무 짜면? 무채 같은 속 재료를 더 넣는다.  

6. 속 넣기.
배추에 속을 묻힐 차례. 배추를 뒤집어서 잎마다 차곡차곡 속을 발라준다. 비비듯이 너무 세게 바르지는 말고 손끝에 힘을 빼고 살살살 묻혀주는 게 좋다. 
배추가 덜 절여졌거든 속을 많이 넣는다. (실은 올해 배추가 좀 덜 절여졌다) 

7. 담기.
가장 겉잎으로 배추를 폭 감싼다. 포장하듯 감싸준다. 그럼 속이 빠져나오지 않고 배추 속에서 잘 익겠지. 김치통에 담을 때는 포기의 등(?)이 아래로 가도록 해서 차곡차곡 쌓는다. 밑동 부분이 한쪽으로만 몰리지 않도록 교차하며 쌓는 게 좋다. 가끔씩 아까 무채 썰다가 남긴 무 토막을 박아준다. 이것이 시원한 맛을 내는 석박지가 된다. 포기들을 통에 다 담았으면 맨 위에 양념 안 묻힌 겉잎을 뚜껑처럼 덮어준다. 끝.

8. 만약 속이 남았다면…
속이 남았다면 깍두기를 담그면 된다. 얼른 무를 더 씻어와서 깍둑깍둑 썬다. 네모나게 썬다. 깍둑 썬 무는 잠깐이나마 천일염 소금을 뿌리고 톡톡톡 섞어서 살짝 절이면 좋다.
잠깐 소금에 절인 깍둑 무는 깨끗한 물로 씻어준 다음 아까 남아 있던 속에 투입. 속과 깍둑 무를 휘휘휘 섞어주면 깍두기 완성. 

이제 냉장고에 들어갈 차례. 오래 두어서 묵은지로 먹을 김치통은 가장 안쪽에 넣고, 바로 먹을 김치는 앞쪽에 넣는다. 김치 담그면 겨울 앞두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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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은 새벽에 눈 소식이 있네요. 눈이 내리는 동네에서는 미끄러운 길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