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애니미즘』 출간 후기 :

‘엑스트라-사이언스’로서 애니미즘

『식인의 형이상학』의 저자인 브라질의 인류학자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와 이 책의 영역자인 피터 스카피시가 2016년 나눈 대담에서 카스트루는 자신이 하는 것은 ‘엑스트라-모던의 형이상학’이라고 말했다. ‘엑스트라-모던(Extra-Moderns)’은 ‘엑스트라(extra-)’라는 말의 라틴어 어원이 ‘바깥(outside)’과 ‘너머(beyond)’를 담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 바깥, 근대 너머를 뜻한다. 카스트루는 이제까지 비유럽과 근대 이후의 담론을 각각 통칭하는 ‘전근대(premodern)’와 ‘포스트모던(postmodern)’이 근대와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내포하고 있고 또 결과적으로 근대의 서양철학에 회수되기에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이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을 구상하는 자신의 시도를 ‘엑스트라-모던’으로 명명했다. [‘엑스트라’의 라틴어 용법이 본래 ‘비범한(extraordinary)’의 어원인 ‘extra ordinem’의 축약형인 것을 따르면, ‘엑스트라-모던’은 ‘비범한 근대’로 번역되지 싶다.]

누군가 내게 왜 하필 ‘오늘날의 애니미즘’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카스트루의 선례를 좇아 애니미즘에 ‘엑스트라-사이언스’, 즉 ‘비범한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 답하고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레비스트로스가 1962년 출간한 『야생의 사고』에서 또 다른 과학으로서 토테미즘을 논했다면, 지금은 인류학의 모든 선진적인 역량이 애니미즘을 과학의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필리프 데스콜라를 비롯해서 메릴린 스트래선,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 팀 잉골드 등등 21세기 존재론의 인류학을 확립했다고 평가받는 위대한 선학들은 애니미즘을 주요한 테제로 제안한다. 하지만 이때 애니미즘은 에드워드 타일러가 1871년 출간한 『원시문화』에서 원초적인 종교 형태로서 당시 유럽인들에 의해 종교조차 없다고 폄훼당한 ‘미개한 원주민’을 변론하기 위한 것과는 다르다. 현대과학의 성과에 힘입어 근대과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미래 인류의 철학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지금의 애니미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데스콜라가 제안했듯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혹은 인문학)이라는 구래의 학제적 구분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팀 잉골드는 박물학뿐만 아니라 생물학에 해박하고 스트래선은 수학이나 과학 교양서를 즐겨 읽는다고 하며, 둘 다 그러한 자연과학이 자신의 인류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음을 인정한다. 그들은 어쩌면 현대과학에 힘입어 인류학의 첨단을 달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럼에도 왜 ‘오늘날의 애니미즘’인가? 라고 되묻는다면, 굳이 애니미즘이 아니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애니미즘은 르네상스가 고대 그리스의 후마니타스에서 가져온 휴머니즘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이언스의 패러다임에서 제외된 것들을 다시 가져와 엑스트라-사이언스로 도약하는 일종의 운동이다. 그리고 그 운동의 힘은 ‘animate’의 뜻이 ‘숨을 불어넣는다’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과학이 끊어놓은 만물의 숨통에 활기를 불어넣는 애니미즘의 앎에서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일본의 인류학자인 오쿠노 카츠미와 불교학자 시미즈 다카시의 공저 『오늘날의 애니미즘』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그들은 불교와 현대 인류학을 융합해서 비가시적이지만 느껴지는 것들, 저 가늠할 수 없는 영겁의 우주들, 가닿을 수 없는 심원한 마음들을 미래 인류의 철학으로 아우르고자 한다. 그래서 앎이 없어서 이해받지 못했던 숨죽인 것들에 숨을 불어넣고자 한다.

작성 차은정